바라나시에서 델리까지 밤 기차로 이동한 뒤 비행기를 타고 바로 레로 향했다. 이번 여행 시작 후 딱히 인디아 타임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기차가 연착되어 정말 가까스로 비행기를 탔다. 진짜로 타자마자 문을 닫을 줄이야. 여유롭게 고산병 약도 사고 아침도 먹으려 했는데 역시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과연 또 언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사실 갠지스강에 들어갔다 와서인지, 라씨를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아무거나 막 주워 먹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탈이나 거의 24시간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잠도 편히 못 자고 잘 먹지도 못해 고산병이 걱정되었다.
히마라야 품은 레
레는 히말라야를 품은 전형적인 고산도시로 3500미터 높이에 있다. 비행기로 온 많은 여행자들은 갑자기 고도가 높아진 탓에 고산병에 걸려 고생한다고 들어 불안감은 배가 됐다. 레 공항은 군사지역 내에 있어 그런지 군인들이 많이 보여 조금 무서웠다. 이국적인 모래 산들이 공항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이곳이 인도인지 실감 나지 않았다. 소음이 뚝 끊겼고 태양 빛이 뜨겁기는 했지만 숨 막힐 듯이 덥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길이 깨끗했다. 척박하기는 했지만 곳곳에 나무로 인한 푸르름과 시냇물로 인한 촉촉함도 있었다.
고산병이 걱정되기도 하고 돈 맛을 조금 알아버려 이번에도 도미토리보다 조금 더 비싼 싱글룸을 예약했다. 창스파 로드에 있는 곤도 게스트하우스는 메인 로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정말 조용하고 쾌적했다. 확실히 라다키 사람들은 외모가 우리나라 사람과 비슷했다. 그리고 다들 엄청 친절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숨도 잘 쉬어지고 머리도 아프지 않아 판공초 투어 예약을 위해 여행사를 찾아 나섰다. 판공초 투어는 1박 2일부터 4박 5일까지 다양한데 차량 1대 기준으로 요금이 책정되어 있어 참여 인원이 많을수록 적은 비용이 든다. 투어 요금에는 오로지 교통비만 포함돼 식사와 숙소 비용은 그때그때 따로 지불해야 한다. 또한 판공초 투어는 분쟁지역을 오가기에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4박 5일 퍼밋 비용으로 650루피가 들었다.
판공초 투어
판공초와 함께 4박 5일 동안 투르툭 마을부터 초모모리까지 다 둘러보는 투어를 하고 싶었다. 여러 여행사를 돌아다녔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마냥 기다리라고 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미리미리 네이버 인도 카페에서 동행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처럼 보이는 여성이 여행사에 앉아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들어갔는데 미국인이었다. 때마침 4박 5일 투어 멤버를 찾는다고 해 함께하기로 했다. 여행사에서 한 인도인도 4박 5일 투어를 원한다고 해 총 3명이 구해졌다. 일단 29일 출발 예정으로 구두 계약한 뒤 주린 배를 채우러 갔다.
외국인으로 넘쳐나는 한국 식당 아미고
한국 식당이라고 씌여 있어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한국 음식들이 메뉴판에 있었다. 아마고라는 식당인데 레에서는 꽤 유명한 식당이고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많았다.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반찬으로 나온 계란말이며 오이무침은 한국에서 먹던 맛 그대로였다. 밥도 윤기가 흘렀다. 아주 간만에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듣길 내일 이곳 인근 촉람사에 달라이라마가 오셔서 법문을 하신다고 했다. 달라이라마 설법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니 설렜다.
레에 도착해 짐 풀고, 샤워하고, 여행사 좀 돌아다니고, 밥 한끼 먹었을 뿐인데 하루 해가 저물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나오는 펍이 있어 가 볼까 했지만 몸을 사리기로 했다.
인도여행 Tip
1. Ancient Track 4박 5일 투어 비용 40000루피, 퍼밋비용 650루피. 지프 및 드라이버 최상
2. 밤 하늘이 아름다운 한레에서의 외국인 1박은 허용되지 않음
3. 퍼밋 복사본 많으면 많을수록 좋음. 투어 후에도 필요(ex. 카르둥라 MTB 다운힐)
